휴대폰 없이 사는 법: AI 웨어러블이 만드는 새로운 일상
2025년 어느 날, 성수동의의 한 카페.
검정색 셔츠를 입은 30대 남성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없다.
심지어 노트북도 없다.
그는 단지 옷깃에 부착된 작은 기기와 대화할 뿐이다.
"오늘 점심에 뭐 먹을까?"
"근처에 비건 식당이 하나 있어요. 4.7점 리뷰, 걸어서 5분 거리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은 채 일어선다.
이것이 지금 실험 중인 AI 웨어러블 시대의 삶이다.
디지털 기기의 퇴장, AI의 등장
우리는 너무 오래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의존해 살아왔다.
스크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는 숙여지고,
SNS 알림이 울릴 때마다 뇌는 과잉 반응을 일으킨다.
자율성과 집중력을 되찾고 싶지만, 언제나 그 네모난 화면에 묶여 있었다.
그러던 중 등장한 두 기기.
바로 Humane AI Pin과 Rabbit R1이다.
이 둘은 단순한 가젯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무스크린 시대’의 실험 장치다.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Humane AI Pin은 버튼 하나 없이 모든 걸 음성과 제스처로 해결한다.
말을 걸면 인공지능이 응답하고,
손바닥을 펼치면 레이저로 정보를 비춘다.
Rabbit R1은 작은 오렌지색 장치지만,
앱을 실행하는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피자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앱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직접 앱처럼 행동해서 피자를 주문해준다.
앱도, 터치도, 스와이프도 없다.
명령도 없고, 요청만 있다.
우리가 명령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기기가 사람 말을 배우는 방식이다.
애플 이후를 준비하는 실리콘밸리
Humane의 설립자는 애플 출신이다.
Rabbit을 만든 창립자도 오랜 머신러닝 개발자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는 스마트폰 이후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AI가 충분히 강력해지면, 사람들은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이 말이 허황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투자금과 스타트업이 이 흐름에 뛰어들었다.
2025년, 'AI 웨어러블' 시장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면 없는 스마트폰. 새로운 OS. 음성과 행동으로 작동하는 기기.
이건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니다.
우리가 디지털과 관계 맺는 방식 자체의 변화다.
화면 없이 사는 삶의 이점은?
우선, 중독에서 자유롭다.
스크롤이 없다. 타임라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정보는 놓치지 않는다.
내 삶에 꼭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서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손이 자유롭다.
운전 중에도, 요리 중에도, 산책 중에도
그냥 “이메일 읽어줘”, “기억해야 할 일 정리해줘”라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더 많이 바라보게 된다.
사람을. 풍경을. 진짜 세계를.
화면이 아니라 현실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하지만 이상적인 미래에는 언제나 장애물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프라이버시.
이 작은 기기가 내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는 사실이 껄끄럽다.
어디까지 녹음하고, 어디까지 저장하는가?
또한, 에코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AI 웨어러블은 아직 모든 걸 대체하긴 어렵다.
텍스트 편집, 고해상도 작업, 크리에이티브 툴은 아직 스마트폰과 PC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격.
AI Pin은 초기 출시가가 800달러 이상.
Rabbit R1도 200달러 내외지만, 기능 제한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건 ‘진짜 변화’라는 것
역사는 반복된다.
누군가는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도 “전화에 인터넷이 붙었다고 뭐가 바뀌냐”고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작고 이상한 기기 하나가,
디지털 세계를 다시 디자인하고 있다.
이건 미래의 조짐이다.
아직은 불편하지만,
처음에는 작지만,
결국은 ‘당연한 기술’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의 종말과 새로운 관계 맺기의 시작점에 서 있다.